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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피디아

R의 공포, 장단기금리차란?

by ㅣbeigeㅣ 2022.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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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라는 단어가 경제뉴스란을 채우고 있습니다. 자극적인 제목에 이끌려 기사를 열어보면 진짜 공포가 나를 맞이합니다. ‘장단기 금리차’라는 생소한 단어 때문이죠. 
 

장단기 금리차란?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차 역전 (tistory.com)

 

장단기 금리차란?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차 역전

최근 장단기 금리차에 대한 이야기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한동안은 쉽게 보기 힘든 단어였는데, 장단기 금리차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기 시작

selfstudynote.tistory.com

 
장단기 금리차 뉴스는 미국 단기국채와 장기국채의 이자율 추세가 서로 바뀌었다는 내용입니다. 원래 장기국채의 금리가 단기국채의 금리보다 더 높은데, 어느날부터인가 시장이 단기금리를 장기금리보다 비싸게 받고 있다는 거예요.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 때 대개 경기가 후퇴, 즉 침체됩니다. 그래서 ‘후퇴(Regression)’의 공포, ‘R의 공포’가 시작됐다고 말하곤 해요. 
 
R의 공포 :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로 여기서 "R"은 Recession(경기침체)를 말함. 

D의 공포
: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로 여기서 'D'는 Deflation(디플레이션*)의 약자이다.
(*디플레이션 : 계속적인 물가하락으로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국가도 돈을 빌리고, 이자를 줘요

경제뉴스에 나오는 이자율은 대부분 ‘국채 이자율’이에요. 그럼 ‘국채’는 뭘까요?

국가는 많은 일을 합니다. 도로도 깔고 학교도 짓고 보조금도 줍니다. 그래서 돈이 많이 필요해요. 국가는 돈을 벌기 위해 일단 세금을 걷습니다. 그런데 돈줄이 하나면 불안하잖아요. 세금이 적게 걷힐 수도 있고요.

그래서 돈 많은 사람들한테 돈을 빌리기도 합니다. 대출을 받는다는 거예요. 이렇게 국가가 받은 대출을 국가의 채권, 즉 국채라고 합니다. 당연히 갚을 때는 원금과 함께 이자를 지급해요. 

국채는 2년을 기준으로 두는데요. 2년 안 돼서 갚는 대출을 ‘단기채’라고 하고, 2년이 넘어서 갚는 대출을 ‘장기채’라고 합니다. 둘 중 어떤 게 더 이자가 비쌀까요? 바로 장기채입니다. 

 


친구에게 돈을 빌려준다고 해볼게요.

이곳은 인터넷뱅킹이 없는 시대입니다. 진영은 정인에게 돈을 빌리려는 중이에요.

 

진영: 지갑을 안 가져와서 차비가 없네. 내일 바로 줄게, 1만 원만. 
정인: 내일 바로 준다고? 그래!

 

나에게 1만 원이 있고 어차피 내일 얼굴 볼 친구라면, 1만 원 쯤 흔쾌히 빌려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친구가 빚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면 1만 원이랑 편의점 음료수 한 캔 정도는 같이 돌려줄 거예요.

 

그런데 진영이 내일 외국 유학을 간답니다. 그러면서 돈을 빌려달라고 이렇게 얘기하네요.

 

진영: 유학 8년 코스인데, 졸업하고 와서 그대로 갚을게, 1만 원만.
정인: (…그냥 돈을 달라고 하든가. 사람 참 이상하네?)

 

예의와 상식이 있는 친구라면 보통 이렇게 부탁합니다. 
진영: 내가 돌아와서 비싼 밥 살게. 선물도 사올게. 너무 급해서 그래. 1만 원만 빌려주라.

 

만 원 + 비싼 밥 + 선물. 이 정도면 일단 내 지갑에 1만 원이 있고 친구도 성의 있게 부탁했기 때문에, 1만 원을 빌려줄 마음이 생깁니다. 

 


장기 금리보다 단기 금리가 높다?

다시 국채 이야기로 돌아오면 이렇습니다. 
단기채 금리: 내일 얼굴 볼 친구가 가져올 이득(편의점 음료수)
장기채 금리: 장기간 유학 가는 친구가 가져올 이득(빌린 돈, 비싼 밥, 선물)
 
이렇게 대출 기간이 길면 길수록 못 받을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이자가 비싸집니다. 장기채 금리가 단기채 금리보다 비싼 게 일반적이라는 얘기예요.

 

그런데 미국에서 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이겁니다. 왜일까요? 다시 상황극으로 돌아와볼게요. 

 

친구가 장기간 도피유학을 가려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다시 안 들어올 거 같아요. 돈을 장기간 빌려주기에는 신뢰가 뚝 떨어져 버렸습니다. 1만 원을 누군가에게 반드시 빌려준다는 가정 하에, 내일 확실히 받을 수 있는 편의점 음료가 더 이득인 상황이에요. 

 

다시 말해, 사람들이 앞으로 경기가 나빠져서 먼 미래에 돈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장기채 금리(유학 가는 친구가 가져올 이득)가 단기채 금리(내일 얼굴 볼 친구가 가져올 이득)보다 떨어져 버린 거예요.

미국 경기가 나빠지면 생기는 일

 3년 전인 2019년 8월에도 ‘R의 공포’, ‘장단기 금리차’가 경제뉴스란을 도배한 적이 있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때문이었죠.

 

미국 경기가 나빠지면, 미국인들이 돈을 아낀다고 달러를 잘 안 쓰게 됩니다. 그럼 달러가 귀해지고, 기축통화인 달러가 귀해지면 이런 일이 생길 거예요.

 

  • 1달러의 원화 가격이 오릅니다. 1달러를 살 때 1천 원을 줬다면 이제는 1,200원을 줘야 하는 식으로요. 우리나라 입장에서 달러가 비싸지는 거예요.
  • 환율이 오르면 미국에 수출한 물건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면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결국 미국 대형할인점들이 한국에서 수입을 많이 해가서 수출이 잘 됩니다.
  • 그런데 동시에 수출이 잘 안 되기도 합니다. 미국 경기가 나빠서 사람들이 돈을 안 쓰려고 하니 총수요가 줄어들거든요. 
  • 이렇게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생겨서 수출이 늘 수도 있고, 미국 사람들이 돈을 잘 안 쓰게 되면서 수출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될지는 모릅니다. 진실은 둘 사이 어딘가에서 계속 움직일 거예요.
  • 미국 경기가 나빠지면 한국 경제는 더 나빠진다고 생각하고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돈을 뺍니다. 

 

미국의 경기 침체로 한국 경제가 나빠지면 전반적으로 실업률, 회사 실적, 국가 경제 성장률 다 어려워질 수가 있어요. 그러니 장단기 금리차에 대한 뉴스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잘 지켜봐야 해요. 

 

출처 : [22.04.04] 동백전 터질 무렵 : 지난 머니레터 (uppit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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