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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피디아

내 땅에서 문화재가 나오면? (김포 장릉 왕릉뷰 아파트, 검단 아파트 철거 위기)

by ㅣbeigeㅣ 2021.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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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땅에서 문화재가 나오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인근에 짓고 있던 아파트 단지 공사를 최근 일부 중단했습니다. 건설사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사실 문화재와 관련해 아파트 공사를 중단한 사례는 많습니다. 다만 누군가는 늘 개발과 보존이라는 공존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오늘 부딩은 ‘문화재와 아파트: 내 땅에서 문화재가 나오면?’에 대해 다룹니다. 

 

 

무슨 일인데? 

김포 장릉(왕릉) 인근에서 한 건설사가 ‘왕릉 뷰’ 아파트 건설을 강행해 논란이 된 사실을 아실 겁니다. 현재 일부 공사를 중단했지만 아파트 입주를 코앞에 둔 건설사와 입주자들은 반발합니다. 반대로 세계문화유산인 장릉의 가치를 훼손한다며 아파트를 철거하라는 이들도 있습니다. 두 집단의 핵심 주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 “주택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죽은 왕이 산 사람보다 우선임?” 
  • “이번에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으면 또 같은 일이 반복됨!” 

 

아파트 공사 중 문화재가 나오면? 

현행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사를 중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규모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문화재가 나오는 경우는 드뭅니다. 개발하는 땅이 3만㎡(약 9000평) 이상이면 사전에 문화재지표조사*를 해야 해서입니다. 참고로 장릉 인근에 짓고 있는 아파트는 문화재보호구역**에 속한 문제로 공사를 중단한 케이스입니다. 

*땅 위에 드러난 유물 분포를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땅을 파내 유물과 유적을 찾는 ‘발굴 조사’와 헷갈리지 마세요. 

**국가지정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특별히 지정한 구역입니다. 현행법상 문화재의 경계에서 반경 500m 안에 높이 20m 이상 건물을 지으려면 문화재청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문화재의 영향을 받는 아파트 

서울이라면 송파구 풍납동에 있는 아파트들이 이 방면에서 유명합니다. 1997년 백제 유물이 대거 발굴된 풍납동은 대부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습니다. 가령 이곳의 한 한강 변 아파트는 풍납토성 경관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상단부가 가위로 비스듬히 자른 듯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풍납동은 실제로 강남 3구 중 하나인 송파구에 속하지만 땅만 파면 문화재가 쏟아져 개발이 더딘 편입니다.  

 

 

과거엔 문화재를 덮었다던데? 

과거 풍납동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도 문화재 훼손 사례가 있었습니다. 한 재건축아파트 사업장에서 문화재청과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자 조합원들이 굴삭기로 문화재 발굴 현장을 훼손한 겁니다. 다만 최근엔 문화재가 발견된 현장에서 원형 보존을 약속하는 대신,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개발도 늘었습니다. 종로구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문화재가 대거 발견돼 공사 중단 위기에 놓였지만, 문화재 ‘보존’을 조건으로 서울시가 건물 높이를 4개 층이나 높이 지을 수 있게 해줬습니다. 

 

 

내 땅에서 문화재가 나오면? 

즉시 공사를 중단해야 합니다. 문화재를 발견한 그날부터 7일 내에 해당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고요. 그다음 지표조사 등을 해야 합니다. 이때 들어가는 돈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땅 주인이 냈습니다. 그래서 발견된 문화재를 덮어버리는 일도 생겼고요. 다행히 지난해부터 매장문화재 조사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고 합니다.

 

 

거리와 상관없이 보호전망구역을 관리하는 세인트폴 성당

 

전문가들의 진단은? 

전문가들은 최근 문제가 된 김포 장릉의 문화재 관련 사고가 앞으로도 왕왕 일어날 거라고 내다봅니다. 정부가 개발하는 3기 신도시*만 6372만㎡(약 1927만 평)에 달해 해당 지역의 문화재 보존과 개발 사업 간 충돌이 빈번할 거란 얘깁니다. 이에 지금처럼 반경 200m, 500m 등으로 문화재보호구역을 설정하지 말고, 가령 영국이 런던 세인트폴 성당 경관을 보호하는 방식처럼 거리와 상관없이 조망점을 설정해 보호전망구역을 두고 관리하는 방안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입니다. 

*인천시 계양, 남양주시 왕숙, 하남시 교산 등에 아파트 30여만 가구를 짓는 현 정부의 대표적 주택공급 정책입니다.

 

매장문화재 조사비, 전액 국가가 지원한다 (hankookilbo.com)

 

매장문화재 조사비, 전액 국가가 지원한다

국민과 함께하는 매장문화재 보호 포스터. 문화재청 제공우리 문화유산을 발굴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전부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문화재가 어디에 매장돼 있고 어떤 조치가 필요

www.hankookilbo.com


높은 경쟁률을 뚫고 분양받은 아파트, 내년에 입주하기로 했는데 공사가 갑자기 중단됐다면 어떨까요? 혹시 아예 입주를 못 할 수도 있다면요?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인데요. 그 중심에는 문화재가 있어서 쉽게 해결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왕릉 위로 솟구친 아파트… 세계유산 조선왕릉이 위험하다

왕릉 위로 솟구친 아파트 세계유산 조선왕릉이 위험하다 아무튼, 주말 문화재 보호냐 재산권이냐 불붙은 검단 신도시 가보니

www.chosun.com

 

 

문화재 때문에 입주를 못한다고?

아파트 중 일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과 500m 이내로 떨어져 있기 때문.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 외곽에서 500m 안쪽에 높이 20m가 넘는 건축물을 지으려면 미리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아파트는 안 받았고요. 절차를 하나 건너뛴 거라 거의 다 지은 아파트 중 19개 동을 철거할 수도 있다고(사진).
  • 김포 장릉, 왜 중요할까? 🔎: 김포 장릉은 조선시대 왕릉 중 하나예요. 조선왕릉은 18개 지역에 총 40기가 흩어져 있는데요. 풍수지리를 섬세히 따져 주변 자연 풍경과 잘 어우러졌기에 가치가 높아요. 유네스코도 이 점을 높이 평가해 2009년 조선왕릉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고요.

 

 

진짜로 철거까지 할까?

철거해야 한다는 얘기가 꽤 나왔는데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여요. 이미 아파트 골격은 다 갖췄고, 내부 공사를 진행하던 상황이기 때문 🏗️. 지금까지 나온 대안은 2가지예요.
  • 4층까지 덜어낼까: 지금 아파트는 20~25층 높이까지 올라갔는데요. 높이 20m를 기준으로 해서 대부분을 헐자는 거예요. 그래야 장릉에서 주변 풍경이 보이기 때문. 하지만 일부만 허무는 게 더 위험해서 아예 다시 짓는 게 낫다고.
  • 나무 심을까: 장릉 주위에 33~58m짜리 나무를 심어서 아파트를 안 보이게 하자는 건데요. 그 정도로 큰 나무를 구하기 쉽지 않고, 구하더라도 기후가 달라 금세 죽을 거라서 어렵다는 얘기가 나와요.
어떻게 해결할지 문화재청에서 조만간 최종안을 내놓기로 했어요.
 
 
 

어렵네... 사람들 반응은 어때?

  • 철거해라: 조선왕릉 40기를 합쳐서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데, 아파트 몇 채 때문에 문화유산 자격 없어지면 어떡해. 영국에서도 풍경이 훼손됐다는 이유로 문화유산 자격 잃어버린 경우 있잖아.
  • 갈 곳 없어: 원래 입주 계획이 2022년 하반기야.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이렇게 되면 입주할 사람은 어디로 가라고. 만약 입주 못 해서 돈 돌려받아도, 그때 집값이랑 요즘 시세랑 달라서 갈 곳이 없어.
  • 다 잘못했어: 담당 지자체인 인천 서구랑 건설사가 이 기준을 못 챙긴 거 문제야. 문화재청이 올해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것도 문제고. 공사를 2019년에 시작했는데 말이야. 입주하려던 사람들만 피해 보게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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